문일오. 영감의 턴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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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에 나는 늘 궁금했다. 글이 아닌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마음과 그 마음이 만들어내는 시선에 대하여... 그들이 영감을 얻는 방식,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스타일을 살짝 엿볼 수 있다면 나의 글도 좀 더 다채로운 리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회가 왔다.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활동하고 있는 문일오 작곡가와의 인터뷰 일정이 잡힌 날부터 나는 질문 리스트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그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노을 지는 바다의 잔물결, 신비롭게 빛나는 구름, 돌 틈 사이로 피어난 작은 들꽃 속에서 음악을 읽어내는 남자. 문일오 작곡가는 눈으로 경험한 시각적인 풍경을 청각적인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예술가다. 길스토리 크리에이티브랩 ‘문일오의 턴테이블’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어김없이 귀보다 마음이 먼저 열린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해 멜로디로 만들어내는 그의 음악은 그 자체로 치유이자 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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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스토리 크리에이티브 랩 ‘문일오의 턴테이블’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___ 2014년부터 한 달에 한 번 작곡한 곡을 연주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일할 때 제 곡을 듣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지나고 나면 사운드나 연주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다음엔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요즘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___ 영화 <비상선언> OST 작업에 참여하게 되어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틈틈이 ‘문일오의 턴테이블’에 올릴 곡도 작곡하고 있고, 개인 앨범 작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바쁘지만 가족과 보내는 일상도 소중합니다. 특히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문일오의 턴테이블’에 아이를 위한 곡도 있던데, 아이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___ 최근 여덟 살 딸아이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얼마 전, 운전 중 실수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바람에 과태료를 내게 됐어요. ‘이 돈이면 아이 장난감이 몇 개인데...’ 하면서 아쉬워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와서 내 등을 툭툭 치며 “아빠, 괜찮아. 그런 날도 있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어른스럽게 말하는 딸이 귀엽기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날 딸과의 대화에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죠. 어쩌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지만 제가 살아가는 자취라든가,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들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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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내를 위한 곡도 있나요?
___ 결혼 전, 앨범을 같이 냈었어요. 프러포즈 같은 거랄까. 제가 만든 곡에 같이 가사를 붙여 만들었어요. 개인 소장용으로 갖고 있습니다.

로맨틱해요. 원래 감성이 풍부한 편인가요?
___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감성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아요. 길을 걷거나 운전할 때 구름이나 나무, 노을, 작은 꽃 등이 유난히 눈에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을 찍어요. 나중에 작업실에서 그 사진들을 보며 곡 작업을 합니다. 최근에는 집 근처 공원에서 핑크뮬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사진을 찍었어요. 피아노 앞에 앉아 다시 핑크뮬리 사진을 보니까 가슴 앞까지 뭔가 꽉 차오르는 느낌이었죠. 뭐랄까,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아련한 감정이라고 할까요. 핑크뮬리를 보며 느낀 감정을 담아 멜로디 라인을 만들었어요.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