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규. 꼭 하고 싶은 말들이 만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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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길스토리의 창작가 후원 캠페인 ‘아트 빌리지’가 2022년 문을 연다. 그 첫 번째가 통영 어촌 마을의 빈집을 재생하여 창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사실 이 엄청난 기획의 시작점에는 MBC 황순규 프로듀서가 있었다. 황순규 프로듀서가 연출한 빈집 재생 프로젝트 <빈집살래 in 서울>은 서울의 빈집을 재생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방송 이후 이미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가 이번엔 <빈집살래 in 어촌> 편으로 길스토리와 함께했다.
프로그램에는 담아내지 못한 기획 및 제작의 뒷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빈집살래 in 어촌> 편을 기획하며 길스토리와 함께하게 된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또한, 예술가와는 조금 결이 다른 창작자로서 프로듀서의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떠오르는지 알고 싶었다. <빈집살래 in 어촌> 편 촬영을 위해 통영으로 다시 내려가기 전, 길스토리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황순규 프로듀서를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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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빈집 재생 프로젝트 <빈집살래 in 서울>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___ 우연히 보게 된 신문 기사 한 줄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였는데, 이와 반대로 서울에 빈집이 많고 게다가 빈집이 점점 늘고 있다는 기사였죠.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어요. 서울시에 전화를 걸어 취재해 보니 서울시가 사 놓은 빈집이 300여 채 정도 있는데, 활용도 면에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빈집을 재생해 연결해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바로 기획안을 썼어요. 다행히 서울시에서도 이 기획을 좋아했고, 서로의 니즈가 맞아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 반응은 어땠나요?
___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이다 보니 대박이 나진 않았지만, 괜찮은 시청률이 나왔어요. 게시판의 반응도 뜨거웠죠. 나도 빈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서울시 쪽으로도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빈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빈집 플랫폼’이 오픈되었어요. 서울 편이 잘되어서 시즌 2로 <빈집살래 in 어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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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살래 in 어촌> 편에는 길스토리도 함께한다고 알고 있어요.
___ 어촌 편을 시작하기 전에 저희 팀이 두 달간 전국의 어촌 마을을 거의 다 다녔어요. 그 가운데 통영 달아마을을 선정하게 되었는데, 달아마을에 빈집이 총 여덟 채가 있었습니다. 처음 기획은 어촌의 오래된 빈집을 재생해서 귀어·귀촌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거였어요. 빈집 중 세 채는 귀어·귀촌인들이 살 집으로 정해졌는데, 나머지 다섯 채가 문제였어요.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각각을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그렇다고 다섯 채라는 큰 규모의 공간에 한 가족이 살수도 없고요. 그때 길스토리 김남길 대표님이 떠올랐어요.
통영은 예향의 도시인 만큼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아트 빌리지’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급속도로 일이 진행되었어요. 대표님이 문화 예술 쪽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이미 들어 알고 있었는데,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길스토리가 통영시로부터 ‘아트 빌리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___ 김남길 대표님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통영시 쪽에서 다들 반가워했어요. 단, 여덟 채의 빈집이 모두 통영시 소유였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없도록 소통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시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인데, 일반적인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운영된다면 달아마을 주민들과도 갈등을 빚을 수 있었죠.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비영리민간단체로 오래 활동해온 길스토리를 통영시에 소개하게 되었어요.
마침 길스토리 5년간의 기록을 담은 『CUP Vol. 0』이 발간되어서 시장님에게도 전달했어요. 달아마을의 빈집을 재생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기지를 만들고 길스토리가 운영을 맡아준다면 빈집 재생 이상의 시너지가 생겨나리라는 데 합의가 됐어요. 통영시가 길스토리의 취지와 활동에 공감해주고 큰 결정을 내려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트빌리지’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게 될 창작가들도 통영시의 각별한 지원이 있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