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ono for the Public Good, KIM HYUNGSEOK

심플함으로 아름다움을 주고 싶다

김형석 사진가에게 문화예술은 일상이었다. 1세대 재즈 드럼 연주자인 아버지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는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막내아들을 자연스레 사진가의 길로 이끌었다. 잡지 사진기자로 시작해 상업 사진을 거쳐 10년 동안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해온 김형석 사진가는 길스토리를 만나 부모님이 선행하셨던 남을 돕는 일의 가치를 깨닫는 중이다. 길스토리의 캠페인을 사진에 담고 사진과 에세이를 연재하는 그는 “누군가를 자신의 재능으로 돕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진과 창작 작업으로 누군가에 울림을 주고 싶은 그는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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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프로필에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는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___ 사물을 볼 때 다르게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가 엄청 많은 선입견을 갖고 살지 않나.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런던 지하철 ‘튜브’를 처음 탔는데, 흑인들이 내 캐리어를 빼앗아 갈 것만 같고 괜히 무서운 거다. 지나고 보니까 그런 선입견을 가졌던 내가 너무 바보 같더라. 이런 걸 조금씩 깨달으면서 선입견을 갖지 않고 관찰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잘 관찰해서 촬영하는 비법이 있다면?
___ 예를 들어 어디에 놓인 화분들을 찍는다고 하자. 시간을 두고 관찰하다 보면 화분이 화분처럼 안 보이는 타이밍이 온다. 그때 셔터를 누르면 거기에 나만이 알 수 있는 어떤 의미가 담긴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이 사진을 예전보다 신중하게 대하지 않고 셔터를 남발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 보니까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작가로서 조금 더 관찰을 하고, 뭔가 새로운 모습을 내 안에서 확립해 셔터를 눌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10년 넘게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 사진을 처음 접했나.
___ 부모님이 부산에서 사진관을 운영하신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누가 꿈을 물어보면 아무 생각 없이 ‘저는 사진작가가 될 거예요’라고 얘기하고 사진 쪽으로 계속 길을 모색했다. 일본 잡지사에서 사진기자 일을 2년 정도 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서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이 한국의 연예계 사진을 싣는 잡지였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 현장, 영화제, 제작발표회 등을 다니면서 많은 연예인을 촬영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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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___ 길스토리 프로보노로 하는 사진 일과 개인적인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 김장김치처럼 하드 디스크에 좀 묻어둔다. 사진을 찍다 보면 멋에 취해서, 그 순간에 취해서 찍는 경우가 있다. 그게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찍은 사진을 3년, 5년 뒤에 봤을 때도 좋으면 공개하는 쪽으로 작업하고 있다. 사진 파일이지만 숙성시키는 느낌이 든다. 이게 가짜인가 진짜인가 내 나름대로 평가하고 싶어서다. 사진을 좀 더 진중하게 대하려고 한다.

사진 일을 하면서 무화과식당을 하고 있다. 식당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
___ 아내와 함께 10년 정도 웨딩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상업 사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너무 지쳐갔다. 사진 일 자체가 예민한 작업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웨딩 사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그만두고 식당을 시작했다. 사진 일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분식집을 열었다. 고상한 분식집 콘셉트였는데 나름 단골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2년 전에 분식집 옆 건물에 더 큰 가게가 나와서 자리를 옮겨 두 번째 식당을 열었다. 뭔가 더 크게 해보면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용기가 있었다.(웃음) 식당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모토가 광고비로 더 좋은 재료를 사자, 진심을 담아 요리하자였다. 지금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다. 사진 일이 있으니까 여러 시도 끝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4일, 아침, 점심만 하고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방식으로 정착했다.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손님을 압축적으로 받으니까 아침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이 많아졌다. 포르투갈로 여행 갔을 때 사람들이 아침을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그 느낌을 많이 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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