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ono for the Public Good, LEE SOUNGSOO

작가에겐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성수는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 비치에서 전업작가로 데뷔했고, 국내로 돌아와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에 브러시보다 나이프를 더 편하게 사용하는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걸맞은 테마와 스타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다가 작년에는 ‘핑크맨’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었다. 핑크맨들이 옹기종기 서식하는 이 화백의 스튜디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숲의 광경이다. 그의 작업이 어디에서 자양분을 얻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숲에서 많은 것을 받았다. 밤이나 새벽, 아무도 없을 때 갈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고 회고하는 이 화백은 서울숲을 산책하며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 동시에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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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랩(‘화가의 쓱싹쓱싹’)에 정말 열심히 작품을 올린다. 특히 글도 인상적이었다.
___ 어떻게 보면 내가 작품의 첫 관객이 될 수 있다. 다 그려놓고, 관객으로 낯설게 보는 거다. 이걸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작품을 그릴 때 마음과는 전혀 다르다. 그릴 때는 나름의 어떤 의도를 따라왔지만 완성되고 나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객체가 된다. 관객의 입장에서 써보니까 재미있는 글이 되더라. 그걸 모아놓으니 바로 올릴 수 있는 총알이 되었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직접 작품에 반영한다.
___ 그간 내 작품은 많이 변했다. 회화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를 묶어두는 것이 없으니까. 추상도 하다가 구상도 하고. 초현실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하다가 3년 전부터 서울숲 옆에 살면서 공원의 일상을 그리게 되었다. 공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예전에는 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갈수록 나 자신이나 삶이 들어가지 않으면 보람이나 재미가 없더라. 나의 한 부분이나 경험이 들어가면 남들과 주제가 같아도 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큰 얘기를 주제로 하면 결국 남이나 내 얘기나 다 비슷해져버린다. 보편적인 경험이나 깨달음이라든지,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것들을 찾는다. 작품 안에 그날의 감정이나 아이들과의 경험 등이 다 들어가 있다. 도시에선 영감을 받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공원이 있어서 매일매일 다른 경험을 한다. 계절만 바뀌어도 다른 경험이다. 고양이가 굉장히 많아서 작품에도 가끔 나온다. 까치도 그렇고. 나름 야생 동물이 사람과 함께 생존하고 있다. 그 안에서 자연과 동물, 사람이 같이 배치되었을 때 느껴지는 스토리, 연상작용 등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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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바로 공원이 보이는 곳에서 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___ 처음엔 공원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담았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사실이긴 한데 그것이 주는 신비감이 있다. 그런 작품을 1~2년 작업하다가 그다음에는 인물 중심으로, 공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 솜사탕 파는 사람 등을 그렸다. 2년 전부터는 핑크색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좀 이질적인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환경하고는 별개의 존재 같은. 평범한 사람이 특별해지는 순간을 어떤 색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고심했다. 흰색은 차갑고 파란색은 우울하고. 아이와 그림놀이를 하다가 핑크색을 썼는데 햇살처럼 따뜻해 이 색깔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뭔가 깨달으면 내면으로부터 계속 올라오는, 그런 에너지 같은 느낌이다. 그때부터 핑크색 인물을 그렸다. 긍정적인 의미의 특별한 순간을 맞이한 사람의 상태다.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봤을 때는 낯선 이방인 같았는데, 실제로 핑크맨을 보니 훨씬 따뜻하다.
___ 형광 핑크 색채가 이질적이라 낯선 느낌이 있다. 핑크맨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처음엔 사실적으로 핑크맨을 그리다가 지금은 좀 추상적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주제도 상당히 논쟁적인 부분을 하다가 좀 더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갔다. 보는 작품마다 다를 거다.

* 전문은 도서 [CUP vol.0: 5 Years Record of GILSTORY]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