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ono for the Public Good, JI EUNSEOK

감정을 계몽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

지은석 영상감독은 길스토리 원년 멤버 중 한 명이다. 2014년 필리핀 태풍 피해지역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길이야기> 캠페인 등 길스토리의 주요 영상을 촬영했다. 다양한 광고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감정계몽’의 대표로 요즘은 한국의 무형문화재를 해외에 알리는 ‘휴먼컬쳐’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장인들에게 일을 계속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깨너머로 배운 그는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콘텐츠가 되기 위해선 만드는 사람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섬세한 영상을 오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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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계몽’ 대표다. 회사 이름이 인상적인데.
___ 광고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프로덕션에서 두 달 동안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나와서 개인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북필름’이란 이름으로 북트레일러 영상 제작을 전문으로 하려다가 ‘감정계몽’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비했다.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드는 걸 내 업으로 삼는다면 어떤 이름이 맞을까 고민 끝에 나왔다. 이름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후회가 되긴 하는데, 영상이 가진 큰 힘이 감정을 계몽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지었다.

지금까지 주로 어떤 작업을 해왔나.
___ 분야를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다. 바이럴 광고부터 TV 공익 광고, 중소기업 영상, BMW 미니, 현대자동차 등 브랜드 촬영을 했다. 광고는 제작 호흡이 빠르기도 하고. 지금도 광고 일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판에 내가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다른 쪽의 영상을 하려고 시도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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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를 영상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휴먼컬쳐’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___ 3년 전, 우연히 일본의 장인들을 소개한 영상을 보고 나서 이게 뭔가 내 일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관련 영상 100편을 한자리에서 쭉 보고 이런 영상을 내 이름을 걸고 찍어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이 최고 장인이시니 이분들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100분이 안 되는데 이분들을 전부 촬영해서 해외에 알리는 게 목표다. 처음에는 제작비 마련을 위해 각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팀을 만들어 기획서를 넣고 제안했는데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그러다가 함께 작업하기로 한 촬영감독이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제작해보자고 해서 진행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스태프들이 무보수로 참여하고 있고 지금 당장 수익을 보는 일은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공감한 실력 있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분들을 촬영했나.
___ 철로 주물을 만드는 원광식 주철장. 종을 만들어서 본인은 주종장이라고 표현하신다. 요즘은 가야금을 만드는 고흥곤 악기장을 촬영 중이다.

장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___ 가야금의 울림통은 오동나무로 만드는데 10년을 말려야 공명에 최적화된 통이 된다. 오동나무를 노지에 말리니까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으면서 섬유질이 삭는다. “살릴 건 살리고 죽을 건 다 죽인다. 그러면서 살아남는 것만 악기로 만든다.” 선생님의 그 말이 너무 멋있는 거다. 악기장 선생님 공방에 가면 버려진 오동나무가 엄청 많다. 살아남는 게 절반이 채 안 된다고 한다. 나무를 사 오는 돈이며 깎는 인건비며 다 땅바닥에 버리는 건데 선생님께 아깝지 않으냐고 여쭤봤다. 선생님은 좋은 소리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 그게 너무 대단해 보였다. 사람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는 거다. 선생님은 한평생 좋은 가야금 소리를 찾았기 때문에 버리는 건 당연하다. 이렇듯 장인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게 점점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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